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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UPC의 증거보전 명령 (Saisie)

UPC의 증거보전 명령 (Saisie)


영미법 관할권에는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문서뿐 아니라 불리한 문서나 상대방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서를 공개해야 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EPC 회원국 다수의 소송 제도에는 포함되지 않으며, UPC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공적 자료(예: 침해 제품 광고), 함정구매(trap purchase), 사설조사 등을 통해 직접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특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공정에 대한 입증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EU 국가에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적 수단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saisie-contrefaçon(증거보전 압류) 제도가 있으며, 이를 통해 원고의 대리인과 집행관이 피고 사업장에 출입하여 특허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수색 및 확보할 수 있습니다.

UPC 협정(UPCA)은 이러한 프랑스의 saisie 법리를 도입해 ‘증거보전 명령(order to preserve evidence)’(UPCA 제60조(1)) 및 ‘검사 명령(order for inspection)’(UPCA 제60조(3))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절차와 요건은Rules 192–198 (UPC Rules of Procedure)(이하 ‘Rule’)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UPC 항소법원(CoA)의 주요 판례로는 증거보전 명령의 절차와 효력을 다룬 Progress Maschinen v. AWM and SCHNELL (2024.7) 사건과 승인 요건을 다룬 Maguin v. Tiru 및 Valinea v. Tiru (2025.7) 사건이 있습니다. 위 조문들과 판례를 바탕으로 UPC에서의 증거보전 명령 절차를 설명합니다.

 

1. 신청 절차

신청인(침해소송의 원고, 주로 특허권자)은 증거보전 명령 신청서에는 요청하는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증거의 위치, 필요성을 명확히 기재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실과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Rule 192(2)(b)–(d)). 신청은 본안 소송 전후 모두 가능합니다(Rule 192(1)). 또한 피고를 심리하지 않는 ex parte 방식으로도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피고를 심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Rule 192(3)).


2. 승인 요건

증거보전 명령의 승인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며, UPC 소송규칙에 따라 법원은 긴급성(urgency), 증거 확보 불능 위험(demonstrable risk of evidence being unavailable), 피고를 심리하지 않을 필요성(ex parte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Rule 194(2), Rule 197(1)).

Maguin v. Tiru 사건에서 UPC 항소법원은 피고의 폐기물 소각로 내부를 검사할 수 있는 기간이 곧 종료되는 상황을 들어, 증거가 확보 불가능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법원이 시간적 제약과 물리적 증거 확보 가능성을 중심으로 긴급성을 판단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편, 피고를 심리하지 않고(ex parte) 명령을 내리는 것은 예외적인 조치로, 지연으로 인해 원고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해 발생 우려나 증거 인멸·확보 불능 위험이 입증 가능한 경우에만 허용됩니다(Rule 197(1)).

아울러 증거보전 명령 신청은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 신청과 달리 높은 수준의 침해 개연성 입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UPC 항소법원은 Maguin v. Tiru 사건에서 증거보전 명령 신청 요건은 낮은 수준이며, 합리적으로 입수 가능한 증거(reasonably available evidence)만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효과

증거보전 명령이 발부되면 법원은 전문가나 집행관을 지정하여 명령을 집행하게 하고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합니다(Rule 196(4)–(5)). 신청인의 임직원은 집행 현장에 참석할 수 없으며, 전문가 또는 집행관이 이를 집행합니다(Rule 196(5)).

보고서는 법원에 제출된 후 피고에게 기밀 유지 요청 기회를 부여한 뒤 신청인에게 공개됩니다 (Rule 196(1) 후단). Progress Maschinen v. AWM 사건에서 UPC 항소법원은 증거보전 명령의 목적이 단순한 보전에 그치지 않고 신청인에게 증거를 공개하는 데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아울러, 피고는 기밀정보 보호를 위해 열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신청인은 보고서 제출일을 고려해 법원이 지정한 날로부터 한 달 또는 20영업일 중 더 긴 기간 내에 본안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명령은 취소되고 확보된 증거는 소송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Rule 198(1)).

 

결론

결론적으로, UPC에서의 증거보전 명령은 디스커버리가 없는 소송 환경에서 증거 확보를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다만 긴급성과 증거 확보 불능 위험 입증, ex parte 절차 요건, 기밀 유지 등 부수적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Progress Maschinen v. AWM과 Maguin v. Tiru 사건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CoA의 판결로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http://kpaanews.or.k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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